2010년 4월 25일 일요일

하버드대학교 인생성장보고서 <행복의 조건>을 읽고

어떤 집단을 대상으로 청소년 때부터 시작하여 늙어 죽을 때까지 신체적, 정신적 발달 과정을 연구하여 그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였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실제로 한 사람이 있으니 하버드대학교의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 교수이다. 베일런트 교수는 이 연구의 중간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참여 중이며, (이 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약 72 년에 걸친 이 연구의 중간 결과를 <행복의 조건>이란 책으로 내 놓았다.

이 책을 읽어 보고 노년까지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내가 그 조건에 몇 가지나 부합하지 못 하고 있는지도 알았다. 행복의 조건에 부합하지 못 하는 나의 습관이나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행복한 노년에 이를 가망이 희박하다는 것과 내가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삶의 각오를 해야 함을 깨달았다.

이 연구의 대상은 하버드 집단과 이너시티 집단 그리고 터먼 여성 집단 세 집단, 총 814명이다. 세 집단은 특정 시기의 10대들을 대상으로 선정되었으며, 하버드 집단이란 하버드 법대 졸업생 집단이며, 이너시티 집단은 대도시 중심부의 저소득층 거주 지역 출신 고등학교 중퇴자지만 이후 크게 성공을 거둔 남성들 집단이며, 터먼 여성 집단은 천재아 연구에서 찾아낸 여성들의 집단이다. 각 집단별로 연구 시작 시기나 연구 방법이 약간씩 다르나, 대체적으로 2년 마다 설문 조사를 하였고, 5년마다 건강검진기록부 제출을 받아서 연구가 진행되었다. 다음은 이 책에서 발췌한 세 집단의 비교표이다.


이 책의 들어가는 글에 조슈아 울프 솅크가 쓴 "무엇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가?"라는 <애틀랜틱 먼슬리> 심리학 특집기사가 발췌되었다. 사실 이 글만 읽어 보아도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은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여러 연구 대상자의 사례로 가득 차 있어서 읽으면서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내가 정말 궁금했던 것은 "행복하기 위한 조건은 어떤 것인가?"였다. 그러나 이 책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노년에 이른 사람들의 주요한 공통점을 말하고 있다. "행복한 삶 =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이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음을 은연중 느낄 수 있었다. 베일런트 교수가 꼽은 "연구 대상자들이 은퇴할 즈음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노화를 예견하는 7 가지 주요한 행복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금연 : 하버드 집단과 이너시티 집단의 경우, 50 세 이전에 담배를 많이 피웠는지 여부가 건강한 신체적 노화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하버드 집단의 경우 말년까지 건강한 사람과 조기사망자를 비교해 보면 30년 동안 하루 한 갑 이상 꾸준히 담배를 피어온 비율이 1:10 정도로 나타났다. 엄청난 차이가 느껴진다. 지나친 흡연은 90% 이상 조기사망에 이르게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5세 이전에 담배를 끊었다면, 20년 동안 하루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웠던 경우라 하더라도 70세나 80세까지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말이다. 이제라도 빨리 담배를 끊어야겠다.
  2.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 : 방어기제란 프로이트의 딸 안나 프로이트가 공식화한 것으로 아주 기본적인 생물학적 과정에 대응하는 무의식적 생각과 행동을 말한다. 예를 들면, 상처가 나면 피를 응고하는 몸의 반응이 생물학적 반응이라면, 이와 비슷하게 크고 작은 고통에 직면할 때마다 무의식적인 감정이나 생각, 행동이 나타나는데 이를 방어기제라 한다. 생물학적 방어기제는 형액의 응고를 위한 작용도 하지만, 관상동맥을 막아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방어기제 자체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베일런트는 이러한 방어기제를 정신병적인 것에서부터 미성숙한 것, 신경증적인 것, 성숙한 것으로 나눴다. 신경증적인 방어기제는 투사, 분열증적인 환상, 수동 공격성, 행동화, 건강염려증, 해리와 같은 것이고, 성숙한 방어기제는 승화, 억제, 예견, 이타주의, 유머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성숙한 방어기제를 얼마나 발달시켰느냐가 행복의 제일 조건이다. 일상생활에서 성숙한 방어기제라고 하면 소소하게 불쾌한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일 없이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반응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게 된다.
  3. 금주 :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배우자나 가족, 직동동료와의 관계 또는 사회 질서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는가 여부를 평가했을 때, 알코올 중독은 노년의 정신 사회적 건강은 물론 신체건강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한다. 알코올 중독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며, 사망률이 간경변이나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률보다 높다고 이 책에서 말했다. 비흡연, 적응적 방어기제와 알코올 중독 없음이라는 처음 세 가지 요소가 성공적인 노화에 주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결국, 금연, 금주, 긍정적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4. 알맞은 체중, 안정된 결혼생활, 운동 : 행복의 조건에 따뜻한 인간관계는 필수이다. 인간의 말년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경제적 빈곤이 아니라 사랑의 빈곤이다. 비만은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신체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규칙적인 운동과 알맞은 체중은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안정된 결혼생활과 함께 신체건강은 물론이고 정신건강에까지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5. 교육 : 70세 이너시티 출신자의 신체건강은 80세에 이른 하버드 졸업생들의 상태만큼이나 나빴다고 한다. 그들의 유년기 가정형편, IQ, 소득, 출신 대학, 직업 등은 하버드 졸업생들과 비교도 안 될만큼 열악했지만, 놀랍게도 '대학 교육을 받은' 70세 이너시티 출신자들의 건강은 같은 70세 하버드 졸업생들의 건강상태와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한다. 교육 수준 한 가지만 일치하더라도 신체건강 상태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앞의 6 가지는 무시해도 된다는 말인가? 건강과 교육의 연관성은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한결 잘 이해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성인의 발달 과업을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연속적 과업을 모델로 삼았다.
  1. 정체성 : 청소년기에는 부모로부터 독립된 존재로 설 수 있는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2. 친밀감 : 자지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상호관계를 통해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친밀감을 발전시켜야 한다.
  3. 직업적 안정 : 성인은 사회는 물론 자신에게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직업적 안정을 이루어야 한다.
  4. 생산성 : 더 넓은 사회 영역을 통해 다음 세대를 배려하는 생산성 과업을 이루어야 한다.
  5. 의미의 수호자 : 다음 세대에게 과거의 전통을 물려주는 의미의 수호자가 되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6. 통합 : 통합이라는 과업을 완성함으로써 개인의 삶은 물론 온 세상의 평온함과 조화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위와 같은 6 가지의 과업은 단계적으로 달성되거나 연속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의 사회적 지평이 점점 넓어져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의 2장부터 6장에 걸쳐서 인생의 밑받침이 되는 이런 성정 과정을 다루었다. 특히 각 발달 과업별로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만 읽기에 좀 지루했었다. 7장부터 10장까지는 인생의 마지막 20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즉 첫째 병에 걸렸더라도 아픔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고, 둘쨰 은퇴한 뒤에도 창조성과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며, 셋째 지혜를 쌓고, 넷째 정신적 숭고함을 가꿔가는 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행복의 조건의 첫째가 금연이라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빨리 금연을 해야겠다. 그리고 행복하려면 신체적으로 건강(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하고 좋은 인간관계(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 안정된 결혼생활)를 잘 맺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시형 교수의 감수의 글 중 "50대 이후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47세 무렵까지 만들어놓은 인간관계"라는 교훈을 귀담아 들어야겠다.

- 강가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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