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새로 갈 회사와는 인연이 안 되어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되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을 달래려고 2010년 7월 4일 일요일 아침 9시에 무작정 자가용을 타고 경부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다.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대전 방향으로 내려 가다가 지리산에나 가자는 생각으로 1차 목적지를 구례 화엄사로 정했다. 내비게이션이 없어서 일단 아이폰에 있는 네이버 지도로 목적지를 화엄사로 찾아 길찾기를 하였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까지 내려가서 다시 호남선을 탔다. 호남선을 타고 광주 쪽으로 내려가다가 정읍 IC로 나갔다. 정읍 IC로 나가기 전에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정읍 IC로 나가서 보니 네이버 지도로 길찾기를 할 때 목적지를 잘못 선택했었다. 전라북도 정읍시 연지동에 있는 화엄사를 잘못 선택하여 정읍 IC로 나와 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목적지를 전라남도 구례에 있는 화엄사로 설정하고 길찾기를 한 후 다시 출발하였다.
▶곡성 기차마을
호남선을 다시 타고 광주 쪽으로 내려가다가 고창-담양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다. 그리고 곡성/구례/남원 IC를 나와 곡성을 거쳐서 남원/구례로 가는 27번 국도를 탔다. 27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섬진강 기차마을이라는 표지판을 보았다. 어차피 어떤 계획이나 여정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가고 싶은 데로 가서 보자는 마음으로 온 여행이라서 기차마을을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옛 곡성역을 이용하여 관광 상품화를 한 곳이었다. 옛날 증기 기관차가 전시되어 있었다. 실제 이 증기 기관차를 타고 섬진강 주변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레일 바이크를 타고 침곡역을 거쳐 가정역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는 순환 코스가 있었다. 혼자 왔기 때문에 증기 기관차도 레일 바이크도 타지 않고 그냥 사진만 찍었다. CF나 영화를 촬영했던 곳이기도 해서 영화 촬영했던 곳에는 관련 정보도 제공되었다.
곡성을 지나서 섬진강변을 따라 구례로 가는 길에 심청 마을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송정마을에 심청마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심청전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면, 심청이 빠져 죽었다는 인당수도 어디엔가 바닷가에 있겠지? 점심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심청마을은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구례 화엄사
화엄사 입구에 있는 대화엄성지라는 표지석을 지나고, 화엄사 일주문도 지나고 울창한 숲길을 따라 들어가 주차를 한 후에 계곡을 따라서 걸어 올라갔다. 녹음이 우거진 길을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주변에 부도들도 보였다. 아직 점심/점심 식사도 못 하고 지리산 화엄사의 두번째 일주문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넘어 가고 있었다. 화엄사 입구에서 먼저 점심을 먹었어야 하는데...
지리산 화엄사라고 쓰여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두 개의 인왕상이 지키고 있는 금강문이 나오고, 여기를 지나면 사천왕상이 지키고 있는 천왕문이 나오고, 여기를 지나면 큰 마당이 나오고 좌측에 대웅전이 있고 중앙에 각황전이 배치되어 있다.
화엄사에는 대웅전, 석탑 등등 우리나라 국보나 보물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사사자삼층석탑을 아직 보지 못해서 적멸보궁으로 향했다. 대웅전에서 적멸보궁까지 거리가 50m라고 쓰여 있었지만 산길이라서 꽤나 올라가야 했다.
화엄사 경내를 둘러 보고 배가 고파서 빨리 점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국내최대 문수보살 기도성지 연기암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을 보았다.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가면 화엄사 일주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연기암 가는 길이다.) 이 곳이 화엄사 원찰이라고 한다. 아직 가보지 못 한 곳이었다. 차로 10~15분 거리라고 쓰여 있어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면 가 보기로 했다.
차를 타고 비포장 산길을 따라 올라 갔다. 꼬불꼬불한 산길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곳이었다. 비가 내려 축축한 산길을 꼬꼴꼬불 20분 넘게 올라 간 것 같다. 여기가 끝인가 하면 또 길이 나오고, 여기가 끝이겠지 생각하면 또 이어지고 정말 길게 느껴졌다. 연기암이라는 표지석을 만날 때까지 올라간 후 주차된 차가 1대 보여서 거기에 주차를 하고 걸어 올라 갔다.
석상 아래 우측에는 소원성취를 비는 부처님 손바닥이 황금색으로 도금되어 있었다. "신발을 벗고 올라서서 부처님 손바닥에 이마를 세번대고 소원을 발원하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어떤 아주머니가 소원을 빌고 있었다. 그리고 동행하는 다른 아주머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4시가 다 되어 가고 있어서 이제는 빨리 점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허기 때문인지 약간 어지러운 상태에서 연기암을 내려왔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갈 때는 마주치는 차가 없었는데 내려 갈 때는 두세번 올라오는 차와 마주쳤다. 내려가면서 생각보다 많이 올라 왔다고 느꼈다. 화엄사 입구로 나와서 공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서 일단 배터리 충전부터 시켰다. 식사는 산채정식을 시켰다. 아이폰의 Foursquare를 실행시켜 '지리각 식당'을 찾아서 체크인을 해 줬다.^^ 와이프와 아들한테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많이 남아 있었다. 식사가 나와서 아이폰으로 일단 찍고난 후 밥을 먹었다. 밥이 들어가니 기운이 났다. 식사 중에 아들에게서 전화가 또 왔다. 가족에게도 말도 없이 내려온 여행이라서 어디에 있는지 모두 궁금해 했다. 등산 중이라고 대답해 줬다.
▶보성차밭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이제 어디로 가나 고민을 했다. 애초에 올 때는 노고단을 올라가려고 했는데, 화엄사에서 배가 고파서 아래로 내려오고 나니 다시 올라가기가 싫어졌다. 등산을 할 복장이나 장구도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통영으로 갈까? 아니면 안동 하회마을로 갈까? 그러다가 보성 차밭으로 가기로 했다. 다시 아이폰을 꺼내서 네이버 지도로 보성차밭을 검색했다. 길찾기 결과는 순천을 지나가 국도로 가는 경로였다. 실제 혼자서 차를 몰고 가면서 네이버 지도의 안내를 따라 가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제는 네이버 지도에 의존하지 않고 바로 순천을 지나서 보성으로 무작정 가다보니 보성차밭에 도착했다.
보성차밭의 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보니 왼쪽은 대한다원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한국차박물관로 가는 길이었다. 오른쪽 한국차박물관으로 가는 길목에 '다향의 빛'이라는 동상이 눈에 들어 왔다. 여기에 쓰여 있는 글을 보니 '시다(施茶)의 여인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시다'가 차를 시중든다는 뜻이었군.^^
내려와서 왼쪽 대한다원 쪽으로 가 보았다. 벌써 저녁 7시가 다 되어 가고 있어서 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대한다원으로 올라가는 가로수길의 양옆에는 커다란 삼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서 멋스러웠다.
말로만 듣던 보성차밭에 직접 들어와 보니 기대보다 멋있고 운치가 있었다. 중앙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숨이 가쁘고 너무 더워서 온몸에 땀이 많이 났다. 차가운 물에 퐁당 빠지고 싶었으나 빠질만한 곳이 없었다. 날이 저물어 어두워졌고 차밭에는 아무도 없고 나만 있는 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저녁 8시 5분 전이다. 더 이상 다른 곳은 구경할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아서 입구로 나왔다. 입구에 있는 식당은 녹차음식을 전문으로 파는 차목원이라는 곳이었다. 여기서 녹차 수제비를 먹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초등학교 2학년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 있는지 물어 봐서 보성차밭에 있다고 대답했다. 아들은 보석 차로 알아 듣고 엄마에게 아빠가 지금 보석으로 만든 차를 구경하고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이 들렸다.^^ 어두워진 후에도 어디서 잘지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산을 내려가다가 '다향모텔'이라는 네온사인이 보였다. 숲속으로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을 따라 한적한 곳으로 들어섰다. 외딴 언덕 너머에 모텔이 하나 있었다.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 방을 달라고 했다. 3층에 있는 방을 줘서 들어갔다. 모텔 방에 들어서니 냄새가 퀘퀘했다. 모기도 윙윙거리고 날아 갔다. 바다 전망대까지 오르느라 지키고 힘든 몸을 빨리 쉴 수 있는 곳을 빨리 구해서 다행이다고 생각했다.
"1박 2일 동안의 남도 여행 2 (다산초당, 대흥사, 녹우당)"으로 이어집니다.
- 강가딘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까지 내려가서 다시 호남선을 탔다. 호남선을 타고 광주 쪽으로 내려가다가 정읍 IC로 나갔다. 정읍 IC로 나가기 전에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정읍 IC로 나가서 보니 네이버 지도로 길찾기를 할 때 목적지를 잘못 선택했었다. 전라북도 정읍시 연지동에 있는 화엄사를 잘못 선택하여 정읍 IC로 나와 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목적지를 전라남도 구례에 있는 화엄사로 설정하고 길찾기를 한 후 다시 출발하였다.
▶곡성 기차마을
호남선을 다시 타고 광주 쪽으로 내려가다가 고창-담양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다. 그리고 곡성/구례/남원 IC를 나와 곡성을 거쳐서 남원/구례로 가는 27번 국도를 탔다. 27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섬진강 기차마을이라는 표지판을 보았다. 어차피 어떤 계획이나 여정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가고 싶은 데로 가서 보자는 마음으로 온 여행이라서 기차마을을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옛 곡성역을 이용하여 관광 상품화를 한 곳이었다. 옛날 증기 기관차가 전시되어 있었다. 실제 이 증기 기관차를 타고 섬진강 주변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레일 바이크를 타고 침곡역을 거쳐 가정역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는 순환 코스가 있었다. 혼자 왔기 때문에 증기 기관차도 레일 바이크도 타지 않고 그냥 사진만 찍었다. CF나 영화를 촬영했던 곳이기도 해서 영화 촬영했던 곳에는 관련 정보도 제공되었다.
곡성을 지나서 섬진강변을 따라 구례로 가는 길에 심청 마을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송정마을에 심청마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심청전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면, 심청이 빠져 죽었다는 인당수도 어디엔가 바닷가에 있겠지? 점심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심청마을은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구례 화엄사
화엄사 입구에 있는 대화엄성지라는 표지석을 지나고, 화엄사 일주문도 지나고 울창한 숲길을 따라 들어가 주차를 한 후에 계곡을 따라서 걸어 올라갔다. 녹음이 우거진 길을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주변에 부도들도 보였다. 아직 점심/점심 식사도 못 하고 지리산 화엄사의 두번째 일주문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넘어 가고 있었다. 화엄사 입구에서 먼저 점심을 먹었어야 하는데...
두번쨰 일주문을 지나 천년고찰 화엄사에 들어서니 바로 오르막 길이 나왔다. 이 길은 돌로 잘 포장이 되어 있었다. 이 길의 좌우에는 큰돌로 쌓은 담장이 있었고, 주변에는 오래된 거목들이 있었다. 화엄사 경내는 잘 관리되고 있었듯 보였고, 목조건물들과 신축 석조건물들이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과 함께 경내의 엄숙한 분위기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오르막길 좌측에 템플스테이수련원이라고 쓰여 있는 현판이 보였다. 사찰의 현편에 쓰여 있는 글은 주로 한자인데 반해서 이 현판에는 영어를 한글 발음으로 적어 놓아서 묘한 느낌이었다.
지리산 화엄사라고 쓰여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두 개의 인왕상이 지키고 있는 금강문이 나오고, 여기를 지나면 사천왕상이 지키고 있는 천왕문이 나오고, 여기를 지나면 큰 마당이 나오고 좌측에 대웅전이 있고 중앙에 각황전이 배치되어 있다.
화엄사에는 대웅전, 석탑 등등 우리나라 국보나 보물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사사자삼층석탑을 아직 보지 못해서 적멸보궁으로 향했다. 대웅전에서 적멸보궁까지 거리가 50m라고 쓰여 있었지만 산길이라서 꽤나 올라가야 했다.
비밀스런 곳으로 가는 듯한 계단을 따라서 꼭대기에 올라가 보니 석탑과 승려상이 보였다. 주변에 노송들이 잘 어우러져 풍광이 멋있는 곳이었다. 사사자삼층석탑은 국보 제35호로 통일신라시대 때인 9세기 경에 세워졌다고 쓰여 있었다. 거기에 쓰여진 설명을 읽어 보면 "이 탑은 기단에 주악천인과 공양상이 화려하게 새겨져 있고, 기단 갑석 위에는 연꽃 봉우리를 든 비구니상이 서 있다. 그 위에 1층 몸돌에는 문의 좌우에 인왕상과 사천왕상, 범천상과 제석천상이 새겨져 있다. 탑을 향해 석등을 머리에 이고 있는 승려상은 찻잔을 들어 공양하는 모습이다. 이곳은 효대라고도 불리는데,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가 어머니를 위해 탑을 세웠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화엄사 경내를 둘러 보고 배가 고파서 빨리 점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국내최대 문수보살 기도성지 연기암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을 보았다.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가면 화엄사 일주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연기암 가는 길이다.) 이 곳이 화엄사 원찰이라고 한다. 아직 가보지 못 한 곳이었다. 차로 10~15분 거리라고 쓰여 있어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면 가 보기로 했다.
차를 타고 비포장 산길을 따라 올라 갔다. 꼬불꼬불한 산길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곳이었다. 비가 내려 축축한 산길을 꼬꼴꼬불 20분 넘게 올라 간 것 같다. 여기가 끝인가 하면 또 길이 나오고, 여기가 끝이겠지 생각하면 또 이어지고 정말 길게 느껴졌다. 연기암이라는 표지석을 만날 때까지 올라간 후 주차된 차가 1대 보여서 거기에 주차를 하고 걸어 올라 갔다.
그런데 한참 더 올라가니 이제야 주차장이라는 표시가 나왔다. 아무튼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가는 것이 좋았다는 생각을 하고 올려다 보니 거대한 석상이 보였다. 이 석상이 문수보살상이구나~ 정말 엄청나게 큰 석상이었다.
석상 아래 우측에는 소원성취를 비는 부처님 손바닥이 황금색으로 도금되어 있었다. "신발을 벗고 올라서서 부처님 손바닥에 이마를 세번대고 소원을 발원하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어떤 아주머니가 소원을 빌고 있었다. 그리고 동행하는 다른 아주머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4시가 다 되어 가고 있어서 이제는 빨리 점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허기 때문인지 약간 어지러운 상태에서 연기암을 내려왔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갈 때는 마주치는 차가 없었는데 내려 갈 때는 두세번 올라오는 차와 마주쳤다. 내려가면서 생각보다 많이 올라 왔다고 느꼈다. 화엄사 입구로 나와서 공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서 일단 배터리 충전부터 시켰다. 식사는 산채정식을 시켰다. 아이폰의 Foursquare를 실행시켜 '지리각 식당'을 찾아서 체크인을 해 줬다.^^ 와이프와 아들한테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많이 남아 있었다. 식사가 나와서 아이폰으로 일단 찍고난 후 밥을 먹었다. 밥이 들어가니 기운이 났다. 식사 중에 아들에게서 전화가 또 왔다. 가족에게도 말도 없이 내려온 여행이라서 어디에 있는지 모두 궁금해 했다. 등산 중이라고 대답해 줬다.
▶보성차밭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이제 어디로 가나 고민을 했다. 애초에 올 때는 노고단을 올라가려고 했는데, 화엄사에서 배가 고파서 아래로 내려오고 나니 다시 올라가기가 싫어졌다. 등산을 할 복장이나 장구도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통영으로 갈까? 아니면 안동 하회마을로 갈까? 그러다가 보성 차밭으로 가기로 했다. 다시 아이폰을 꺼내서 네이버 지도로 보성차밭을 검색했다. 길찾기 결과는 순천을 지나가 국도로 가는 경로였다. 실제 혼자서 차를 몰고 가면서 네이버 지도의 안내를 따라 가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제는 네이버 지도에 의존하지 않고 바로 순천을 지나서 보성으로 무작정 가다보니 보성차밭에 도착했다.
보성차밭의 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보니 왼쪽은 대한다원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한국차박물관로 가는 길이었다. 오른쪽 한국차박물관으로 가는 길목에 '다향의 빛'이라는 동상이 눈에 들어 왔다. 여기에 쓰여 있는 글을 보니 '시다(施茶)의 여인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시다'가 차를 시중든다는 뜻이었군.^^
멀리 언덕 위에 팬션 같은 집들이 보여서 궁금했다. 그래서 일단 오른쪽 길로 가 보았다. 올라가 보니 한국차박물관이 있는데 문은 닫혀 있었다. 팬션들도 모두 공사 중으로 아직 오픈하지 않은 상태였다.
입구에 도착하니 식당이 하나 있었다. 입구에 있는 경비원에게 물어 보니, 늦어도 저녁 7시까지 입장을 해야 하고 관람 시간은 저녁 8시까지라고 했다. 이미 7시 10분이었지만 2,000원을 내고 자판기에서 표를 끊고 들어갔다. 입장료가 싸다고 생각했다. 입구에서 들어가는 가로수길도 삼나무가 양편에 줄지어 서있어 아주 멋있었다.
말로만 듣던 보성차밭에 직접 들어와 보니 기대보다 멋있고 운치가 있었다. 중앙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중앙 전망대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차밭을 구경했다.
가랑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산 정상 쪽은 안개가 꼈다.
중앙 전당대에 올라와 보니 큰 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운치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아래 사진은 중앙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차밭이다.
아래 사진은 다른 곳에서 본 중앙 전망대이다.
차밭 전망대와 바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더욱 가파르고 멀어 보였다. 끝까지 한 번 올라가 보기로 했다.
차밭 전망대에 올라서 내려다 보니 차밭이 온통 안개에 싸여 잘 보이지 않았다. 아이폰을 꺼내서 Foursquare로 대한다원을 찾아서 체크인을 했다.
차밭 전망대에 오르니 숨이 너무 가빠서 더 올라가기 힘들었지만, 바다 전망대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올라가다 보니 다리도 후들거리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다. 관람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특히나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어차피 올라가 봤자 바다는 보기 힘들다고 생각하니 더욱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아서 내려왔다. 내려 오다 생각하니 이왕 온 것 바다가 안 보인다고 올라가지 않는 것은 후회할 것 같아서 다시 올라 갔다. 역시나 올라가서 보니 안개 뿐이었다.
숨이 가쁘고 너무 더워서 온몸에 땀이 많이 났다. 차가운 물에 퐁당 빠지고 싶었으나 빠질만한 곳이 없었다. 날이 저물어 어두워졌고 차밭에는 아무도 없고 나만 있는 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저녁 8시 5분 전이다. 더 이상 다른 곳은 구경할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아서 입구로 나왔다. 입구에 있는 식당은 녹차음식을 전문으로 파는 차목원이라는 곳이었다. 여기서 녹차 수제비를 먹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초등학교 2학년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 있는지 물어 봐서 보성차밭에 있다고 대답했다. 아들은 보석 차로 알아 듣고 엄마에게 아빠가 지금 보석으로 만든 차를 구경하고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이 들렸다.^^ 어두워진 후에도 어디서 잘지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산을 내려가다가 '다향모텔'이라는 네온사인이 보였다. 숲속으로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을 따라 한적한 곳으로 들어섰다. 외딴 언덕 너머에 모텔이 하나 있었다.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 방을 달라고 했다. 3층에 있는 방을 줘서 들어갔다. 모텔 방에 들어서니 냄새가 퀘퀘했다. 모기도 윙윙거리고 날아 갔다. 바다 전망대까지 오르느라 지키고 힘든 몸을 빨리 쉴 수 있는 곳을 빨리 구해서 다행이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 밖을 내다 보니 호수도 보였다.
출발하기 전에 모텔 건물을 찍었다. 어두울 때 내려왔던 언덕 길도 찍어봤다. 주차장도 넓었다.
"1박 2일 동안의 남도 여행 2 (다산초당, 대흥사, 녹우당)"으로 이어집니다.
- 강가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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